
솔직히 저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걸 그냥 나이 탓으로만 생각했습니다. 40대 중반쯤 자주 쓰는 단어가 입에서 맴돌기만 하고 나오지 않을 때도 '이게 노화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한양대 신경과 김희진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니, 뇌 노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생활 습관에 따라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만 35세부터 뇌 부피가 매년 0.2%씩 감소하고, 기억력 중추인 해마(hippocampus)는 0.5%씩 줄어든다고 합니다. 여기서 해마란 새로운 정보를 단기 기억으로 저장하고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 뇌 구조물입니다(출처: 대한신경과학회).
뇌가 늙는 속도를 결정하는 요인들
뇌 노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는 비만, 흡연, 불규칙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이 꼽힙니다. 특히 중년기(35~55세) 복부 비만은 만성 염증을 일으켜 뇌세포를 빠르게 파괴하고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내장지방이 많으면 몸 전체에 염증 신호가 돌고 이게 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저도 체중 관리를 소홀히 했던 시기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깜빡하는 일이 잦았던 기억이 납니다.
흡연은 더 직접적입니다. 니코틴이 뇌에 도달하는 시간은 단 7초인데, 이때 과도한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되면서 일시적으로 정신이 드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도파민이란 쾌감과 보상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적절하면 활력소가 되지만 과도하면 뇌세포를 빠르게 손상시킵니다. 흡연자가 담배를 피울 때마다 뇌혈관이 수축하면서 순간적으로 각성되는 이유가 이것인데, 장기적으로는 동맥경화를 유발해 무증상 뇌경색이나 뇌출혈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금연길라잡이).
"막 산다"라는 표현처럼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하는 분들은 60세쯤 뇌를 촬영해보면 부피가 현저히 줄어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규칙적인 생활과 뇌 자극을 꾸준히 실천한 분들은 같은 나이에도 훨씬 통통한 뇌를 유지하더라는 임상 사례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규칙적으로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우던 시기에는 머리 회전이 빨라지는 느낌을 받았던 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수면이 부족했던 때는 기억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기억력 회복법
뇌 건강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김희진 교수가 환자들에게 권장하는 다섯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잊어버린 단어를 즉시 기록하고 자기 전 열 번 소리 내어 외우기
- 매일 일기 쓰기 (손글씨 권장)
- 낯선 단어 다섯 개씩 외우기 (외국어, 한자 등)
- 순서를 외우는 운동 (댄스 동작 따라하기 등)
- 규칙적이고 건강한 식단 유지
이 중에서 저는 첫 번째 방법을 직접 실천해봤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 그냥 넘어가지 않고 메모했다가 밤에 반복해서 외우니까, 2주 정도 지나니 비슷한 상황에서 단어가 훨씬 빨리 떠오르더라고요. 이건 단순히 그 단어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해마에 있는 해당 신경세포를 다시 활성화하는 원리라고 합니다. 세포가 죽기 직전에 자극을 주면 되살아나거나, 그 기능을 옆 세포가 대신하게 된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손글씨로 일기를 쓰는 것도 중요한데, 손은 신체의 5%에 불과하지만 뇌에서 손을 담당하는 영역은 상당히 넓습니다. 손을 움직이면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등 뇌의 여러 부분이 동시에 자극되기 때문에 타자를 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다만 손글씨가 부담스러운 분들은 타이핑으로라도 감정을 담아 일기를 쓰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노트에 펜으로 쓰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쓰는 행위 자체가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순서를 외우는 운동, 특히 댄스는 뇌 활성화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2012년 한 연구에서 치매 환자들에게 3개월간 볼룸댄스를 가르친 결과, 단순 걷기나 스트레칭을 한 그룹보다 뇌의 여러 영역이 활성화되었다고 합니다. 동작을 기억하고 균형을 맞추고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과정에서 운동 기능과 인지 기능이 동시에 자극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관절이 안 좋은 분들은 무리할 필요 없이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을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나이 들어서도 지켜야 할 원칙
60세 이후에는 체중 감량보다 근육량 유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다이어트로 체중이 빠지면 뇌 부피도 함께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육에서는 성장호르몬과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신경영양인자)라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들은 뇌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BDNF란 신경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돕는 단백질로, 학습과 기억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이런 보호 인자도 줄어들어 결국 뇌 노화가 빨라집니다.
식습관도 중요합니다. '3백(白)'이라 불리는 소금, 설탕, 포화지방은 가능한 한 줄이고, 오메가-3, 오메가-6 같은 불포화지방산은 늘려야 합니다. 뇌의 기본 구성 성분이 바로 지방이기 때문에 좋은 지방을 섭취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DHA와 EPA 같은 성분은 신경세포막을 구성하는 핵심 물질이죠. 저도 한동안 식단 관리를 소홀히 하다가 생선과 견과류를 늘린 뒤로는 컨디션이 좀 나아진 경험이 있습니다.
"2주만 해보면 기억력이 살아난다"는 말에 대해서는 조금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 나이, 생활 환경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꾸준히 실천하면 분명히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임상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80세에 가까운 시인이 매일 일기를 쓰고 운동하며 요리를 하는 등 뇌 자극을 지속한 결과,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작품 활동까지 이어간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뇌 건강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 소홀히 하기 쉽지만,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외모 관리에 쏟는 노력의 일부만 뇌 건강에 투자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잊어버린 단어를 기록하고, 일기를 쓰고, 몸을 움직이는 작은 습관을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저 역시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됐습니다. 뇌는 쓸수록 건강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