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집에 쌓여있던 생수병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매일 마시는데 정말 괜찮은 걸까? 최근 들어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데, 저희 집만 해도 2리터 생수병이 한 박스씩 쌓여 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관련 자료를 접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생수 1리터에 약 24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 나서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세플라스틱,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습니다
저도 예전엔 미세플라스틱이 그저 바다에나 떠다니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조사해보니 제 일상 곳곳에 숨어 있더군요.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이란 5mm 이하 크기로 쪼개진 플라스틱 조각을 말하는데, 여기서 더 작아져 100nm 이하가 되면 나노플라스틱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작은 크기 때문에 우리 몸의 소장을 통해 흡수되어 혈액을 타고 전신을 순환하게 됩니다.
2024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와 럿거스 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유명 생수 브랜드 세 곳의 제품을 정밀 분석했을 때 1리터당 평균 24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출처: Columbia University). 이 수치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거의 100배나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중 90% 이상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나노플라스틱이라는 점입니다. 크기가 작다는 건 그만큼 체내 흡수가 쉽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2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대학교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섞인 물을 단 3주간 섭취시켰을 때 뇌를 포함한 여러 장기에서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나이든 쥐의 경우 인지 기능이 확연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사람으로 치면 치매와 유사한 증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남으면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솔직히 예전엔 그냥 용기째로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음 날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위험한 습관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플라스틱 용기 뒷면을 보면 1번부터 7번까지 재질 코드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건 2번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와 5번 PP(폴리프로필렌) 두 종류뿐입니다. HDPE는 High-Density Polyethylene의 약자로, 분자 구조가 촘촘하게 결합되어 열에 강한 플라스틱을 의미합니다. PP 역시 내열성이 높아 뜨거운 음식 용기로 자주 사용되는데, 보통 배달되는 뜨거운 찌개나 국물 요리가 5번 용기에 담겨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샐러드나 초밥처럼 차가운 음식이 담기는 7번 용기입니다. 7번은 기타 플라스틱을 통칭하는 분류인데, 이걸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가소제 성분인 비스페놀A나 프탈레이트 같은 환경호르몬이 녹아나옵니다. 환경호르몬(Endocrine Disruptors)이란 우리 몸의 호르몬처럼 작용하여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화학물질을 말하는데, 남성 성기능 저하나 난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 남성의 평균 정자 수가 50년 전 대비 30~40%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은 음식을 유리나 사기 그릇에 옮겨 담는 것입니다. 귀찮더라도 이 습관 하나만 바꿔도 환경호르몬 노출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미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행히 최근 연구에서 몸 밖으로 배출을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이 밝혀졌습니다.
개인차는 있지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식이섬유(Dietary Fiber)입니다. 식이섬유란 우리 몸에서 소화되지 않고 장을 통과하면서 노폐물을 흡착하여 배출하는 성분을 말합니다. 미국과 이탈리아 공동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1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천연 식이섬유의 일종인 키토산을 섭취했을 때 대변으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저도 미역이나 다시마를 의식적으로 더 챙겨 먹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배변 활동이 규칙적이고 속도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는 유산균입니다. 장내 유익균이 미세플라스틱 표면에 달라붙어 입자들을 엉기게 만든 뒤 배출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특정 유산균을 쥐에게 투여한 실험에서 장내 미세플라스틱이 67% 감소하고, 대변 배출량은 34% 증가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저는 평소 김치나 된장을 자주 먹는 편인데, 이런 발효식품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세 번째는 항산화 물질입니다. 비타민C나 커큐민 같은 성분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중화시켜 줍니다.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란 체내에서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되어 세포를 손상시키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게 누적되면 만성 염증으로 이어져 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귤이나 레몬 같은 감귤류를 꾸준히 먹는 것만으로도 이런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생수 대신 정수기,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듭니다
저는 솔직히 이번 조사를 하기 전까지 온라인에서 2리터 생수를 박스째 사다 마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생수 소비를 줄이고 정수기나 끓인 물을 마시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역삼투압 필터(Reverse Osmosis Filter)는 0.00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구멍으로 물을 거르는데, 여기서 역삼투압이란 압력을 가해 물 분자만 통과시키고 불순물은 걸러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아무리 작은 나노플라스틱이라도 이 필터 구멍보다는 훨씬 크기 때문에 대부분 걸러낼 수 있습니다.
정수기가 부담스럽다면 물을 끓여 마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2024년 중국 광저우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수돗물에 칼슘 같은 미네랄을 소량 첨가한 뒤 5분간 끓이면 미네랄이 침전되면서 주변의 미세플라스틱을 함께 끌어당겨 가라앉힌다고 합니다. 미네랄이 많이 든 경수의 경우 최대 90%까지 제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끓인 물을 커피 필터로 한 번 거르면 확실히 안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요즘 집에서 유리 물병에 끓인 물을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십니다. 처음엔 번거롭게 느껴졌는데, 막상 해보니 생수병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가볍고 깔끔하더군요. 작은 실천이지만 제 몸속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을 100% 피할 수는 없지만, 생수병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용기를 조심하며 식이섬유와 유산균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노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제 습관을 많이 바꿨고, 실제로 몸이 가벼워진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