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토마토를 그냥 생으로만 먹었습니다. 아침마다 갈아서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말만 듣고 습관처럼 먹었는데, 알고 보니 제가 놓친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토마토에 들어 있는 라이코펜(Lycopene)이라는 성분이 항암 효과를 내는 핵심인데, 이걸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체내 흡수율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생으로 먹으면 흡수율이 4%에 불과하지만 익혀서 기름과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최대 9배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라이코펜 흡수율, 생으로 먹으면 4%에 그친다
일반적으로 토마토는 생으로 먹는 게 가장 건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라이코펜은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계열의 항산화 물질로, 토마토의 붉은색을 내는 색소 성분입니다. 여기서 카로티노이드란 식물에서 합성되는 천연 색소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 손상을 막아주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라이코펜이 지용성(lipophilic) 성분이라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물에는 잘 녹지 않고 기름에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토마토를 생으로 먹거나 물에 갈아 마시면 우리 몸이 라이코펜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생 토마토의 라이코펜 흡수율은 4% 정도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저도 예전에는 아침마다 토마토를 갈아서 마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몸에 좋다는 성분을 대부분 그냥 흘려보낸 셈입니다. 토마토를 열을 가해 익히면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라이코펜이 트랜스형(trans-form)에서 시스형(cis-form)으로 구조가 바뀝니다. 시스형 라이코펜은 우리 몸의 소화 효소가 더 쉽게 분해하고 흡수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여기에 올리브오일 같은 건강한 지방을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더욱 높아집니다.
토마토를 익혀 먹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토마토를 깍둑썰기 해서 올리브오일과 함께 약 20~30분 정도 끓이면 됩니다. 이때 양파와 마늘을 함께 넣으면 항산화 효과가 더욱 강해집니다. 양파에 들어 있는 퀘르세틴(Quercetin)은 강력한 항염 작용을 하며, 마늘의 알리신(Allicin) 성분은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실제로 이렇게 만든 토마토 소스를 한 번 끓여놓으면 유리병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서 6개월에서 1년까지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올리브오일과 토마토, 흡수율 9배 올리는 조합
제가 실제로 토마토를 올리브오일과 함께 조리해서 먹어보니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으로 먹을 때는 그냥 채소를 먹는다는 느낌이었다면, 익혀서 먹으니 몸속에서 뭔가 제대로 흡수되는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연구 결과를 보면 토마토를 올리브오일과 함께 섭취하면 라이코펜 흡수율이 약 9배 정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올리브오일에는 올레산(Oleic acid)이라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올레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건강한 지방입니다. 이 올레산이 라이코펜의 체내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지용성 비타민이나 항산화 물질은 지방과 함께 섭취해야 소장에서 제대로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토마토를 조리할 때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토마토는 껍질째 사용합니다. 껍질에 라이코펜이 가장 많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 올리브오일은 넉넉하게 사용합니다. 너무 아끼면 흡수율이 떨어집니다.
- 약한 불에서 20~30분 정도 충분히 익혀야 라이코펜 구조 변화가 일어납니다.
저는 이 방법으로 토마토 소스를 만들어서 빵에 발라 먹거나 파스타 소스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토마토 소스보다 훨씬 덜 자극적이고 토마토 본연의 맛이 살아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아침에 한 잔씩 데워서 마시면 든든한 한 끼 식사 대용이 됩니다.
혈관 신생 억제, 암세포 성장 차단 메커니즘
토마토의 항암 효과는 단순히 항산화 작용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라이코펜이 비정상적인 혈관 신생(Angiogenesis)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혈관 신생이란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암세포는 자신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스스로 혈관을 만들어냅니다.
하버드 의대의 혈관 신생 연구자인 윌리엄 리 박사는 암을 차단하는 식습관에 대한 연구에서 토마토를 비정상적인 혈관 신생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꼽았습니다(출처: 하버드 의대 공식 사이트). 암세포로 통하는 혈관을 차단하면 암세포는 더 이상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성장이 멈추거나 사멸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토마토가 항암 식품으로 주목받는 핵심 이유입니다.
제가 이 내용을 접하고 나서는 토마토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냥 몸에 좋다는 막연한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메커니즘으로 우리 몸을 보호하는지 알게 되니 더 적극적으로 먹게 되더군요. 물론 토마토 하나로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암은 유전, 환경, 생활습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입니다.
하지만 평소 식단에 토마토, 양파, 마늘 같은 혈관 신생 억제 식품을 꾸준히 포함시키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중해식 식단처럼 토마토와 올리브오일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진 지역에서 특정 암 발생률이 낮다는 역학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토마토를 익혀서 올리브오일과 함께 먹는 방법은 이런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 원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셈입니다.
정리하면 토마토는 생으로 먹는 것보다 익혀서 올리브오일과 함께 먹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저는 이 방법을 알고 나서 토마토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냉장고에 토마토 소스를 만들어 놓으면 언제든 꺼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 번거롭지도 않습니다. 건강 정보는 단순히 아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실천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마토 하나로 건강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겠지만 꾸준히 먹으면 분명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